‘불에 미친 놈’ 

고마운 스승의 말씀이다. 

 

서른 살, 나오리의 불을 만났다. 선생은 스스로 불 앞에 서게 했다. 

그동안 여러 가마의 불을 경험하고 도자기를 만들었지만, 불은 강렬했고 또 한 번 더 깨어난다

‘살아있음’에 눈빛이 반짝인다. 그렇게 훈련받았다.

그곳의 바다, 바람, 불 그리고 겨울 쇠주....

고맙습니다. 


시흥 산골 쓰러지는 옛집을 세우고 나니 스승이 오셔서 이름을 주신다. 

보기 좋은 꼴부락서니라고 꼴, 질그릇 陶에 방房, 꼴도방!.

 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작한 통가마 공사는 얼음 강 주변 돌들을 리어카에 날라지었다.

돕던 친구는 여러 번 시멘트 블록으로 짓나고 했지만, 나는 미안하다고 했다.

 

봄. 오래된 사당과 옛집 사이에 있는 내 가마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.

아니 있었다. 옛집 할배, 할매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. 구렁이도.


 언 손 녹이며 재임하고 80시간 동네나무 다 긁어다 때고 나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자랑스럽다.

 그런데, 가마 문을 연 순간 깜짝!

 그릇에 색이 없다. 이유를 모르겠다. 술 취해 잔다. 

아침, 또 깜짝! 돈 떨어져 공사 못해 하늘 열린 통가마와 펼쳐놓은 도자기가 어젯밤 첫눈에 사라졌다. 눈에 덮여 목만 내어져 있다. 아름답다.

 첫 불은 그랬다. 


 그 해 봄, 다시 불을 지피우고, 

 링거 맞고 다시 와 불 때던 여인도,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나무 넣던 사람. 

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. 

 불 만 때면 내리는 비도, 새벽 두시에 먹던 라면도, 초 봄 굴뚝 연기 참아가며 꽃을 피어낸 목련 나무도 고맙다. 


 가마 문을 막으면 가마 안에 흙덩어리들은 잊어버린다.

 이제부턴 불이다.

 도자기는 잊고 불을 살아 오른다.


수백만 년 돌이 되고 흙이 되어 다시 돌이 되는 순간

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내어야 한다. 

작게는 먹고 살기 위해 도자기를 쌀이라도 바꿀라 치면 높은 온도로 구워야  쌀이 된다. 

돼지고기 올려놓고 막걸리 한잔 먹을 치기는 없다. 그저 맑은 물 한잔 올리고 나무를 열심히 넣어야 한다. 불을 봐야 한다. 

 옛 사람의 삶이 연상된다. 반년을 준비한 가마를 망치면 도공의 마을 서너 집 아이들은 육 개월 족히 굶어야 한다. 허기 참아가며 나무 자르고 독 짓던 도공은 다음 가마를 생각한다.

‘망치면 다 죽는다.’


그렇게 여덟 해를 보내고 나는 새 고향으로 떠났다. 아내와 새 고향 찾아 문경으로 내려 온지 삼년. 지동리에 집 짓고 올 봄 통가마를 세웠다.

통가마 번조 세 번. 

불 박사가 되었어도 벌써 되었을 텐데, 다 망했다. 

오죽하면 도와주는 이들의 표정이 나보다 더 어둡다. 이유는 모르겠다. 이 탓 저 탓 다 해보고 돌아오는 내 탓! 


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.

‘세 번 망치니 공부 좀 됩니다.

"다치지 말고  불 뗍시다."


2014 년 가을


 












2006년 루브라도통가마 번조워크샾